변화를 만드는 보금자리 | 황의진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와의 만남을 가졌다. ‘위티’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스쿨미투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위티는 스쿨미투가 더 큰 움직임, 변화가 아닌 발화에서 그치는 것을 보고 이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부족하구나, 거점이 필요하겠다 해서 뜻을 모아 설립되었다. 스쿨미투는 말 그대로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성희롱, 성차별을 알리는 행동이다. 스쿨미투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연대 또한 어려워서 지속이 어렵다.

    2019년 위티가 유엔에 갔을 때, “한국은 선진국이고 성폭력의 대안이 많을 텐데 왜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가?”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위티는 그 질문에 한국의 입시제도 특성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생활기록부와 교사의 영향력이 너무 막강해서 재판정에 가서도 교사의 발언이 커진다고 한다. 법적, 제도적인 토대가 세워져야지 ‘안전한 말하기’가 지속될 수 있다. 유엔은 실질적인 성폭력 신고 창구를 만들고 기존 성교육 표준안을 폐지하고 새로운 성교육을 도입하고, 학교 규정 제정 및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안으로 내렸다.

   입시제도 때문에 청소년의 발언이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 사회의 여성과 남성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근본적인 문제다.

   위티의 활동 내용을 전해들으면서, 먼발치에서 본 나로서는 위티는 보금자리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지치지 않게 서로 이끌어주고, 공유하고 함께 배워나간다. 아마 이런 취지로 본인들도 설립한 것이라 생각한다. 페미니스트 활동을 하면서 대부분 오해하는 것이 모두 자신과 취지가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다. 모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생각도 다른데 이상하게 페미니즘을 대하는 생각은 모두 같을 거라고 오해해서 내부적 갈등도 많이 생긴다고 한다. 떠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갈라지는 일도 생긴다. 올 해는 이런 내부 충돌을 세미나 형식으로 풀었다고 한다. 서로의 다름에 더욱 집중하고 애초에 서로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시 스쿨미투 이야기로 돌아와서, 지금도 끊임없이 교내 성희롱, 추행, 차별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기사화가 안 되고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용화여고만 특별히 그런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지방 학교나 사립학교, 기숙학교는 더욱 심하다. 지방 학교는 언론이 찾아오지도 않고, 당장 경찰서에 가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기숙학교와 사립학교는 내부에서 쉬쉬하고 흐지부지 해버리기 일쑤다. 기숙학교의 경우 다른 곳에 비해 폐쇄적인 구조이다 보니 더욱 심하다. 

   대안학교에도 미투가 있을 수 있다. 대안학교는 아예 교육청 소속도 아니다보니 더욱 난감하다. 대안학교에 재학하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코로나 3단계 격상에도 학원으로 분류되어 등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보면 교육청은 거의 간섭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또, 공동체 정신이 ‘매우매우매우매우’ 강하다. 그러다보니 개인의 문제에 집중하기 보다는 공동체를 더 우선시 두는 경향이 없지 않다.

   스쿨미투는 피해만을 집중하다보니, 그것도 최대한 자극적인 것만을 다루다 보니 그래서 어떻게 시작했는지 근본적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 이후의 대안을 찾는 것 등이 어렵다. 자꾸 나쁜 선생과 가여운 학생이라는 단발적인 고발에서 그쳐버리고 사회 인식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다. 한걸음 한걸음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바뀌어 나가고는 있다. 하지만 위티가 바라는 변화는 그보다 조금 더 크다. 사회적으로 여성과 남성 혹은 그보다 많은 성별들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변화시키고, 그래서 나쁜 선생과 나쁜 학생을 양성하는 고리를 끊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를 바라며 위티는 꾸준히 행동한다. 단순히 피해자로서가 아닌 고발자로서 꾸준히 발언하고, 꾸준히 싸우고 있는 위티의 행동은 그들이 원하는 사회가 올 때까지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위티의 창립선언문 중 인상 깊었던 글귀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 지을까 한다. 

   “청소년은 문제의 당사자는 될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여겨져왔다. 우리는 당사자로 머무르는 것을 넘어 변화를 만드는 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황의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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