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사람들 | 초


   사람을 어떤 사물로 비유하자면 ‘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환경에 처하느냐. 즉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모양도 달라지고 때로는 형태도 바뀐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약 78억 명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완전히 같은 사람은 없다. 모두가 태어난 환경도, 살아가는 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모양과 형태도 각양각색인 것이다. 물은 모양이 바뀌고, 얼음이 되고, 수증기가 되더라도 본질적으로 같은 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사람들은 ‘비정상’으로 여기며 그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작년에 학생들 모두가 있는 교실에서 한 선생님이 우리에게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것에는 아무 맥락이 없었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웃고 떠들던 그런 수다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선생님이 툭 내뱉은 말 한 마디였다. 교실에 있던 학생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멋쩍게 웃으며 넘어갔다. 그 순간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나를 포함한 학생들 모두가 그 발언이 무언가 잘못됐음을 분명히 인지했다. 수업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같은 반 친구가 나에게 ‘아무리 성소수자가 싫어도 그렇지,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말을 대놓고 해?’ 라고 했다. 친구의 말에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그냥 넘어갔다. 나는 선생님이 단순히 ‘대놓고’ 혐오 발언을 해서 기분이 나빴다기 보다는 다른 이유 때문에 더 기분이 이상했지만, 그때는 알 수가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기분이 나빴던 이유는 선생님은 당연히 그날 그 교실에 성소수자 학생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내뱉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성소수자들은 사회 속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된다. 있어도 없는 사람이 되고, 들리지 않는 사람이 된다. 때로는 성소수자들 스스로 자신들을 숨긴다. 그래야만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조금이나마 지킬 수 있다. 물론 타인에게 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말하고 싶다면 편안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에 ‘성소수자’를 검색하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혐오 단체와의 갈등이나 시위에 대한 기사를 볼 수 있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주로 ’성소수자를 반대한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애초에 ’반대‘라는 것이 성립 가능한가? 성정체성은 말 그대로 고유의 정체성이다. 누군가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존재를 지울 수는 없다. 반대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아마 그것을 알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마도 보기 싫다는 이유일 것이다.

   사실 나는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는 삶을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성소수자를 지지하면서도 막상 가까운 친구가 나에게 커밍아웃을 한다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랐다. 사실 지금도 무엇이 답인지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다만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인간의 내면은 각기 형태도 모양도 다르지만, 그럼에도 본질적으로 같은 인간으로서 고유의 정체성과 개성을 존중받을 당연한 권리가 있다. 성소수자들이 온전한 자신으로서 사회에서 존재할 수 있도록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같이 목소리에 힘을 보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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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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