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 없는 선생님 | 황의진


   세바시의 하종강 님은 꼭 대학에 가야만 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은 사회라고 한다. 나도,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사람의 일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 조차도 모든 직업을 동등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가다’에서 일하기 싫고, 톨게이트에서 현금 받는 일을 커서 하고 싶지는 않다. 무난하게 회사 생활하고 적당히 여가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연봉 빵빵하고 휴가와 보너스가 두둑한 직장을 잡고 싶다. ‘노가다’ 일이나 톨게이트에서 현금 받는 일을 하며 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자동 사람들>에서 쪽방촌을 다녀간 학생들이 했다는 말처럼, 나는 저렇게 되면 안되겠다 같은 식으로 그들을 타자화 하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치고 들어올 때 나 자신도 깜짝깜짝 놀라고 만다.

   유럽의 여느 국가들이 이룬 만큼이라도 차별 없는 노동 환경이 만들어지려면 계속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방법이라 생각한다. 많이 이야기 되고 많이 거론되는 문제는 사소해보일지라도, 심지어 의미 없는 일도 의미를 갖게 된다. 계속해서 파업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두려워하지 말고 세상 밖으로 꺼내는 것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더욱 좋을 것이다. 청소년 노동문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행동하면 바뀌지 않을까? 이런, 이걸 쓰는 본인은 청소년 노동문제를 거리에서 이야기하는 오프라인 모임에 구멍을 냈지만 말이다. 나도 더욱 노력하겠다. 개인적으로 이것을 연습하려고 빛글 활동이 열린 것은 아닐지 잠시 생각해본다. 

   문제점이 있다면, 인간은 어지간히 끈기가 있지도 않고 세상은 노동문제만 숙제로 남기는 자애로운 선생님이 아니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대규모 논문을 뿌리는 인정사정 없는 선생님이다. 기후변화, 젠더, 전쟁, 양심적 병역거부, 각종 사회적 참사, 존대어, 역사왜곡, 백신, 장애, 사이비 미디어, 동물학대, 아동학대, 채식, 정치 등등등! 하나같이 무겁고 답답하고 어렵다. 우리 학교 선생님만 보더라도 미얀마 문제가 터졌을 때는 그것만 보다가 아프간 문제 터지니까 아프간 문제만 보시다 이제는 아무 것도 이야기를 꺼내시지 않는다. 지금 미얀마의 상태가 어떤지 아마 모르실 것이다. 나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 그분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나와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이슈를 유행처럼 타는 버릇도 고쳐야 할 것이다. 물론 나 하나 사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 이 모든 문제를 끌어안고 사는 건 고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지구의 어디에서도 눈물이 흐르지 않게 된다면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황의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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