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 최지원


   나는 사람들은 나를 자폐아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자폐라서인지, 반 아이들은 유독 나를 괴롭히곤 한다.

   "......해 줄 거지?" 지금처럼.

   "......."

   "응? 태현아."

   "......."

   내 앞에서 한 친구가 계속해서 종알거리고 있다. 내가 하던 일에 계속 몰두하자 그녀는 지친 듯 내 이름들 반복적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태현아."

   "......."

   "태현아?"

   결국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자 그녀는 나에게 자신이 할 말을 우다다다 쏘아내었다.

   "......내일까지 알아와주고, 이것도 좀 생각해 줄래? 이따 점심시간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잔소리하는 듯한 목소리에 몸이 절로 웅크려졌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다시 한 번 묻는다.

   "뭐라고?"

    "......응."

   "안 들려."

    "응."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는 떠났다. 나는 내가 만들던 비행기 조형물을 계속 만들었다. 종이를 이리저리 오리고 붙여가며 섬세하게 만들어냈다. 날개 끝은 살짝 접혀있고, 날개에 엔진을 달아준다. 셋으로 갈라진 끝까지 완벽하게 오려 붙여주고는 색칠을 하기 시작했다. 문들과 창문들, 조종실 유리까지. 한쪽에는 국기를 그려 넣고 모 항공사의 로고까지 그려 넣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상당히 지나 있었고 어느샌가 수업은 시작되어 있었다. 나는 종이를 더 가져다 새로운 비행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또다시 둥근 몸체를 만들고, 날개를 붙이고, 자잘한 조각들을 잘라나가는데 한 친구가 나를 부른다.

   "태현아. 밥 먹으러 가자."

   나는 잘라둔 조각들을 마저 붙이고 가서 배식을 받았다. 줄을 서 있는데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너 오늘 점심시간에 나가면 안 돼. 그거 얘기해 보기로 했잖아.".

   "......."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새로 만든 비행기를 하늘로 날려야 했다. 

   "태현아."

   "......."

   "태현아. 우리 이야기 끝나면 나가자. 어때?"

   새로 만든 비행기를 날려야 했다.

   "태현아."

   그렇지만 그녀가 계속해서 나를 부르는 엄한 소리에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밥을 다 먹고 나는 새로 만든 비행기와 그동안 만들어둔 비행기들을 쥐어들고 바깥으로 뛰어 나갔다. 오늘 하늘은 파랗고 구름 한 점 없는 데다 바람도 불지 않았다. 비행기를 날리기 좋은 날이다. 새로 만든 비행기를 하늘 위로 날렸다. 금세 고꾸라져 땅으로 떨어졌다. 더 멀리 날아야 해. 다시, 다시 비행기를 날리는데 저 멀리서 친구가 뛰어온다.

   "태현아-!"

   "......."

   "오늘 점심시간에 같이 하기로 했던 거 있잖아. 왜 나왔어?"

   "......."

   "왜 나왔냐고. 우리 다 너 찾고 있었는데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

   고개를 숙였다. 무슨 얘기를 해도 나는 쳐다보지조차 않으면서 왜 부르는 걸까. 어찌 됐든 다시 학교로 들어간다. 의미 없는 이야기와 의미 없는 수업들이 반복되고, 그럴수록 비행기들은 하나씩 늘어만 간다.


최지원 | 안양에서 대안학교 고등과정을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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